"혈관이 튀어나와야 하지정맥류"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초음파로 역류가 확인되는 분들 중 상당수는 겉으로 보이는 혈관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혈관이 도드라져 보여도 역류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판단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 혈관 전문의가 공통으로 쓰는 CEAP 분류를 기준으로, 내 다리가 지금 어느 단계인지 스스로 가늠해 보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세 줄 요약 — ①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이 약해져 혈액이 아래로 역류·정체하면서 생기는 순환계 혈관질환입니다. ② 증상은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던 저녁에 심해지고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는 하루 리듬을 보입니다. ③ 아래 자가 체크에서 두 가지 이상 해당하면 정맥 초음파 검사를 권합니다.
CEAP 분류 — 내 다리는 어디쯤인가
2020년 개정된 국제 표준 CEAP 분류[1]는 만성 정맥질환을 겉으로 보이는 소견(C)에 따라 일곱 단계로 나눕니다.
- C0 — 보이는 혈관은 없지만 증상(무거움·저림·부종감)이 있을 수 있는 단계
- C1 — 실핏줄(거미양 정맥)이나 1mm 안팎의 가는 망상정맥이 비치는 단계
- C2 — 3mm 이상 정맥이 구불거리며 돌출 — 흔히 말하는 하지정맥류
- C3 — 부종이 동반되는 단계. 양말 자국이 깊게 남고 오후에 심해집니다
- C4 — 피부 변화 시작: 발목 주위 색소침착·습진·피부 경화
- C5 — 아물어 있는 정맥성 궤양 흔적
- C6 — 아물지 않은 활동성 궤양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단계는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1처럼 보이던 다리에서 광범위한 역류가 발견되기도 하고, C2 없이 곧장 부종과 피부 변화가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C 단계는 '겉보기 분류'일 뿐, 역류의 유무와 범위는 초음파로만 확인됩니다.
자가 체크 — 이 중 두 가지 이상이면 검사를 권합니다
- 오후만 되면 다리가 무겁고 붓는다 (아침에는 괜찮다)
- 새벽 종아리 경련이 월 2회 이상 반복된다
- 다리가 화끈거리고 가려우며, 긁어도 시원하지 않다
- 서 있으면 다리 안쪽·오금이 당기거나 쑤신다
- 발목 주변 피부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가족(부모·형제) 중 하지정맥류 치료를 받은 사람이 있다
인구 조사에서 성인 상당수가 정맥류 또는 만성 정맥부전 소견을 갖고 있었던 만큼(Edinburgh Vein Study)[2], "나는 아니겠지"라고 넘길 병은 아닙니다. 특히 판막 손상은 스스로 회복되지 않으므로(Raju, NEJM 2009)[3], 증상이 계절이 바뀌어도 반복된다면 검사가 답입니다.
혈관이 보이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저녁의 다리가 아침과 다른가"입니다.
병원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나
자가진단은 어디까지나 "검사를 받을지" 정하는 도구입니다. 진단 자체는 서 있는 자세에서 시행하는 정밀 초음파로 역류의 위치·범위·시간을 재야 확정됩니다. 더행복한흉부외과의원(강남 삼성동, 선릉역·삼성중앙역 도보권)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큰 혈관과 작은 혈관을 모두 확인하고, 단계와 역류 지도에 따라 치료 필요 여부를 판단합니다. 검사 결과 치료가 필요 없는 단계라면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 그 판단까지가 진료입니다.
초기 증상은 있는데 검사에서 역류가 없다고 나올 때
다리가 무겁고 저녁마다 붓는데, 초음파에서는 역류가 없다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가 틀린 것이 아니라 같은 증상을 만드는 다른 원인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확인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 자체의 부담 — 판막에 문제가 없어도 종아리 근육 펌프가 오래 쉬면 정맥혈이 정체되어 무거움과 부종이 생깁니다. 이 경우 압박스타킹과 중간중간의 움직임만으로 뚜렷하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림프 순환 문제 — 발등과 발가락까지 붓고, 눌러도 잘 들어가지 않는 양상이면 정맥보다 림프 쪽을 함께 봅니다.
- 전신 원인 — 심장·콩팥·간 기능이나 갑상선 상태, 복용 중인 약(일부 혈압약 등)이 양쪽 다리 부종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한쪽만 붓는지 양쪽이 붓는지가 방향을 가르는 첫 단서입니다.
- 골반 쪽 정맥 압박 — 드물지만 다리보다 위쪽에서 정맥이 눌려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증상과 검사 결과가 계속 어긋나면 범위를 넓혀 확인합니다.
- 아직 기준에 못 미치는 초기 역류 — 역류 지속시간이 진단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치료 대상이 아니라 경과 관찰 대상이며, 몇 개월 뒤 다시 확인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검사에서 역류가 없다는 결과는 "이상이 없으니 신경 쓰지 마시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곳을 봐야 한다는 안내에 가깝습니다. 더행복한흉부외과의원에서는 서 있는 자세로 초음파를 시행하며 검사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역류가 확인되지 않으면 시술을 권하지 않고 원인을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참고 문헌
- Lurie F, et al. The 2020 update of the CEAP classification system and reporting standards. J Vasc Surg Venous Lymphat Disord. 2020. PMID 32113854 · DOI
- Evans CJ, et al. Prevalence of varicose veins and chronic venous insufficiency in men and women in the general population: Edinburgh Vein Study.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1999. PMID 10396491 · DOI
- Raju S, et al. Clinical practice. Chronic venous insufficiency and varicose veins. N Engl J Med. 2009. PMID 19474429 · DOI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진단과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