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역 근처에서 오래 앉아 일하다가, 원래 튀어나와 있던 다리 혈관 한 줄이 어느 날 붉게 변하고 만지면 단단하며 누르면 아프다는 분이 계십니다. 멍이 든 것 같기도 하고 벌레에 물린 것 같기도 해서 찜질만 하고 지나가기 쉬운데, 이 모양은 표재성 혈전정맥염, 즉 피부 가까운 정맥 안에서 피가 굳으며 염증이 생긴 상태일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다리에서 비교적 흔한 합병증이고 대부분은 표재정맥에 머물지만, 일부는 깊은 정맥의 혈전과 함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세 줄 요약 — ① 프랑스 다기관 연구에서 증상이 있는 표재정맥 혈전 환자의 24.9%는 진단 시점에 이미 심부정맥 혈전이나 폐색전증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1]. ② 그래서 보이는 혈관만이 아니라 심부정맥까지 초음파로 함께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③ 치료 강도는 혈전의 길이, 깊은 정맥 접합부까지의 거리, 개인 위험 요인으로 정하고, 원인이 된 정맥류의 역류는 염증이 가라앉은 뒤 따로 계획합니다.
표재성 혈전정맥염이란 — 정맥류 안에서 피가 굳는 일
하지정맥류는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해 피가 거꾸로 흐르고 고이는 정맥입니다. 늘어나고 구불구불해진 혈관 안에서는 흐름이 느려지고, 혈관 벽에 염증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피가 엉겨 혈전이 됩니다. 혈전이 생긴 정맥은 피부 위에서 붉은 줄이나 덩어리로 보이고, 만지면 단단한 끈처럼 느껴지며, 눌렀을 때 아프고 열감이 있습니다. 이름에 '염'이 붙어 있지만 세균 감염과는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역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프랑스 STEPH 연구에서는 성인 인구 26만여 명 가운데 한 해 동안 초음파로 확인된 증상성 표재정맥 혈전이 171명에서 진단됐습니다. 연간 진단율은 성인 1,000명당 0.64명이었고, 여성에서 더 많았으며 나이가 들수록 늘었습니다[2]. 드문 병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왜 가볍게 넘기면 안 되나 — 깊은 정맥과의 연결
프랑스 POST 연구는 초음파에서 길이 5cm 이상으로 확인된 증상성 표재정맥 혈전 환자 844명을 모았습니다. 이 가운데 210명(24.9%)이 진단 당시 심부정맥 혈전이나 증상이 있는 폐색전증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1]. 깊은 정맥에 동반 혈전이 없던 600명을 3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에서도 58명(10.2%)에게 혈전의 확장·재발이나 심부정맥 혈전 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1]. 지역 기반 STEPH 연구에서도 동반 심부정맥 혈전이 24.6%, 증상이 있는 폐색전증이 4.7%로 비슷한 경향이었습니다[2].
여러 연구를 모은 고찰에서는 표재정맥 혈전과 심부정맥 혈전이 함께 발견되는 비율이 연구마다 6~53%로 넓게 보고됐고, 표재정맥에서 심부정맥으로 번진 경우는 2.6~15%였습니다[3]. 수치의 폭이 넓은 것은 대상과 검사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보이는 곳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깊은 곳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부정맥혈전증 자체에 대해서는 심부정맥혈전증 — 하지정맥류와 무엇이 다른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이런 모습이면 의심합니다
- 붉은 줄 — 원래 튀어나와 있던 정맥류 한 줄이 붉어지고, 만지면 단단한 끈처럼 느껴질 때
- 국소 통증과 열감 — 그 줄을 따라 누르면 아프고 주변 피부가 따뜻할 때
- 위로 번지는 모양 — 무릎 안쪽에서 허벅지 쪽으로 붉은 줄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일 때
- 반복 — 같은 다리에서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반대로 한쪽 종아리나 다리 전체가 갑자기 붓고 무거워지거나,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증상이 함께 있다면 심부정맥 혈전이나 폐색전증을 먼저 생각해야 하므로 지체 없이 응급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것과 가르는 단서
- 봉와직염 — 피부가 넓게 붉고 부으며 경계가 흐릿하고, 열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관을 따라 끈처럼 만져지는 소견은 표재성 혈전정맥염 쪽에 가깝습니다.
- 단순 멍 — 부딪힌 기억이 있고, 시간이 지나며 색이 보라·초록·노랑으로 바뀝니다. 단단한 끈이 만져지지 않습니다.
- 정맥성 습진 — 발목 안쪽이 가렵고 갈색으로 변하는 피부 변화로, 혈관 한 줄이 아픈 것과는 양상이 다릅니다(하지정맥류 합병증 — 다리 피부가 먼저 신호를 보냅니다).
- 심부정맥혈전증 — 피부 겉의 붉은 줄보다 종아리 전체의 부종과 통증이 중심입니다. 두 가지가 함께 있을 수 있어 결국 초음파가 필요합니다.

초음파로 확인하는 것
유럽혈관외과학회(ESVS) 2021 정맥혈전 진료지침은 표재정맥 혈전이 의심되면 표재정맥과 함께 심부정맥까지 초음파로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치료를 정하도록 정리하고 있습니다[4]. 진료실에서 보는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혈전의 범위 — 어느 정맥에 얼마나 길게 있는지. POST 연구는 5cm 이상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1].
- 접합부까지의 거리 — 사타구니나 오금에서 표재정맥이 깊은 정맥과 만나는 지점에 가까울수록 깊은 정맥으로 번질 가능성을 더 무겁게 봅니다.
- 심부정맥의 동반 혈전 — 겉으로 증상이 없어도 확인합니다.
- 원인이 된 정맥류의 역류 — 염증이 가라앉은 뒤 치료 계획의 바탕이 됩니다(하지정맥류 초음파 검사 — 역류 0.5초가 진단을 가른다).
치료 강도는 무엇으로 정하나
짧고 접합부에서 멀리 떨어진 표재정맥 혈전은 압박과 걷기,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약으로 증상을 조절하며 경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혈전이 길거나 접합부에 가깝거나, 이전에 혈전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항응고 치료를 검토합니다[4].
그 근거가 된 대표적인 연구가 CALISTO 시험입니다. 심부정맥 혈전이 없는 급성 증상성 하지 표재정맥 혈전 환자 3,002명을 무작위로 나눠, 예방 용량의 항응고 주사를 정해진 기간 동안 맞은 군과 위약군을 비교했습니다. 사망·폐색전증·심부정맥 혈전·접합부로의 확장·재발을 합친 사건은 0.9% 대 5.9%로 85% 줄었고, 중대한 출혈은 두 군 모두 1명이었습니다[5]. 항응고 치료가 필요한지, 어떤 약을 얼마나 쓸지는 혈전의 위치와 길이, 출혈 위험을 함께 보고 의사가 정합니다. 스스로 판단해 약을 시작하거나 끊지 않습니다.
정맥류가 없는 혈관에 생겼다면
POST 연구에서 이후 혈전 관련 문제가 생길 위험을 높인 요인은 남성, 이전 심부정맥 혈전·폐색전증 병력, 과거 암 병력, 그리고 정맥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1]. 늘어난 정맥류라는 뚜렷한 국소 원인 없이 정상 정맥에 혈전이 생겼다면, 혈액이 잘 엉기는 상태나 다른 전신 질환이 배경에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문헌 고찰에서도 표재정맥 혈전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요인은 혈액 응고 경향이었고, 악성 종양과의 연관성도 함께 거론됐습니다[3]. 이런 경우에는 다리만이 아니라 전신 상태를 함께 점검합니다.
염증이 가라앉은 뒤 — 정맥류 자체를 어떻게 할까
표재성 혈전정맥염이 정맥류 안에서 생겼다면, 바탕에 있는 원인은 그 정맥의 역류입니다. 급성 염증이 가라앉으면 초음파로 역류 지도를 다시 그려 정맥류 치료가 필요한지 상의합니다. 같은 다리에서 혈전정맥염이 반복됐다면 그 자체가 치료 시기를 앞당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치료 뒤 다시 생기는 경로는 역삼동 하지정맥류 재발 글에 정리했습니다. 그 사이 생활에서는 다음을 지킵니다.
- 오래 앉아 있을 때는 중간중간 일어나 걷고 발목을 움직이기
- 의사가 권한 압력의 압박스타킹 착용(하지정맥류 압박스타킹)
- 아픈 자리를 세게 문지르거나 마사지기로 누르지 않기
- 붉은 범위가 넓어지거나 다리 전체가 붓기 시작하면 바로 다시 확인받기
역삼역 일대에서 확인하실 때
더행복한흉부외과의원은 강남 삼성동(선릉로112길)에서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가 서서 하는 정맥 초음파부터 치료까지 직접 진행합니다. 역삼역 일대에서 근무하시다 정맥류가 붉고 단단해졌다면, 표재정맥과 심부정맥을 함께 확인하고 지금 필요한 처치와 염증이 가라앉은 뒤의 정맥류 치료 계획을 나누어 설명드립니다. 충분한 시간을 배정해 검사하고 결과를 설명드리며, 경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따뜻한 찜질을 하면 좋아지나요
찜질이나 진통제로 통증이 덜해지는 경우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으로 깊은 정맥에 혈전이 함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증상이 있는 표재정맥 혈전 환자 상당수에서 진단 당시 심부정맥 혈전이 함께 발견된 연구가 있어, 초음파 확인을 먼저 권합니다.
붉은 줄이 저절로 가라앉았는데 그래도 진료가 필요한가요
염증이 가라앉아도 피가 고였던 원인인 정맥류의 역류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같은 자리가 반복되거나 다른 정맥류가 함께 있다면 역류 상태를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표재성 혈전정맥염도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나요
드물지만 가능합니다. 대규모 연구에서 진단 당시 증상이 있는 폐색전증을 함께 가진 환자가 있었고, 표재정맥에서 심부정맥으로 번진 사례도 보고돼 있습니다.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프면 즉시 응급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집에 있는 압박스타킹을 바로 신어도 되나요
깊은 정맥 상태를 확인한 뒤, 통증을 견딜 수 있는 범위에서 압박과 걷기를 함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압력과 착용 방법은 진료에서 확인 결과에 맞춰 정합니다.
정맥류가 없던 자리에 생겼습니다. 다른 점이 있나요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정맥류가 없는 혈관에 생긴 경우 이후 혈전 관련 문제가 생길 위험이 더 높았습니다. 늘어난 정맥이라는 국소 원인이 없다면 혈액이 잘 엉기는 상태나 다른 질환이 배경에 있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참고 문헌
- Decousus H, Quéré I, Presles E, et al. Superficial venous thrombosis and venous thromboembolism: a large, prospective epidemiologic study. Ann Intern Med. 2010. PMID 20157136
- Frappé P, Buchmuller-Cordier A, Bertoletti L, et al. Annual diagnosis rate of superficial vein thrombosis of the lower limbs: the STEPH community-based study. J Thromb Haemost. 2014. PMID 24679145
- Leon L, Giannoukas AD, Dodd D, et al. Clinical significance of superficial vein thrombosis. Eur J Vasc Endovasc Surg. 2005. PMID 15570265
- Kakkos SK, Gohel M, Baekgaard N, et al. European Society for Vascular Surgery (ESVS) 2021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on the Management of Venous Thrombosis. Eur J Vasc Endovasc Surg. 2021. PMID 33334670
- Decousus H, Prandoni P, Mismetti P, et al. Fondaparinux for the treatment of superficial-vein thrombosis in the legs. N Engl J Med. 2010. PMID 20860504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진단과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